『1930 경성, 기묘한 이야기』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내용은 낯선 네 편의 한국 근대 단편을 묶은 책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의 광기 어린 폭주(『광염 소나타』), 존재 자체가 희미해진 한 남자의 속삭임(『날개』), 도회 속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노동자(『도시와 유령』),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한 신여성의 고독한 자각(『경희』).
이야기들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이 겹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문학 교과서 속에 잠들어 있던 이 작품들은, 사실 지금 다시 읽으면 훨씬 기묘하고도 현대적입니다. 고요한 불안, 묘한 긴장,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단편 곳곳에 스며 있어, 읽고 나면 은근히 마음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묘하게 위로받기도 합니다.
당신이 알고 있던 ‘근대문학’의 틀을 부드럽게 깨뜨려줄, 조금 이상하고 많이 매력적인 이야기들입니다.
✒ 김동인(金東仁, 1900~1951)
"피 한 방울로도 예술을 완성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겠다."한국 단편소설의 기틀을 세운 문제적 작가. 『광염 소나타』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예술과 윤리의 경계를 날카롭게 찌른다. 1930년대 경성을 살아가는 인간의 광기와 내면을 파고드는 그 시선은 지금도 섬뜩할 만큼 생생하다. 이성과 비이성의 틈을 헤매던 그의 글은 여전히 독자를 불편하게, 그러나 매혹시킨다.
✒ 나혜석(羅蕙錫, 1896~1948)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시대를 앞서간 문필가.
그 이름은, 시대보다 너무 앞서 있었기에 오랫동안 잊혀졌다. 『경희』는 여성의 자아와 감정을 진지하게 사유한 최초의 근대 단편소설로 평가받는다. 결혼, 가족,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경희의 모습은 지금도 익숙하고도 낯설다. 당대 누구보다 솔직하고 급진적이었던 나혜석은 ‘한 여성’의 내면에 도사린 환상과 현실의 균열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 작가였다.
✒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 1910~1937)
단 27년의 생. 그러나 한국 문학사에 가장 강렬한 흔적을 남긴 천재.『날개』는 그를 문학의 전설로 만든 작품이다. 한 남자의 무기력한 일상과 해체된 자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독자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건축가이자 시인, 소설가였던 이상은 당시 경성의 모더니즘을 집약한 아이콘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문장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낯설고도 신선하다.
✒ 이효석(李孝石, 1907~1942)
‘메밀꽃 필 무렵’만 안다면, 아직 이효석의 반도 모른 것이다.『도시와 유령』 속 그는 낭만적인 자연주의자가 아니라, 도회적 감수성과 인간 소외를 예리하게 관찰한 이야기꾼이다. 낯선 도시에 스며든 유령처럼, 우리도 어느 순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게 된다. 생전에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던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요절했지만, 그 감각은 지금도 살아 숨 쉰다.